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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무력 충돌의 개막: 전국 전쟁의 불꽃이 타오르다

조니얀 2025. 4. 13. 15:27

제4부. 무력 충돌의 개막: 전국 전쟁의 불꽃이 타오르다

합종과 연횡, 외교의 시대가 열리다

전국시대가 중반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국가 간 무력 충돌이 심화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전쟁은 단순한 힘의 대결만이 아니었다. '합종(合從)'과 '연횡(連橫)'이라는 전략적 외교 기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외교 전술이 전장의 전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합종은 여러 약소국이 연합하여 강대국인 진나라에 대항하자는 전략이고, 연횡은 진나라가 약소국들과 각각 동맹을 맺어 그들의 연합을 분열시키는 방식이다. 이 두 전략은 당시 전국시대를 외교의 무대이자 심리전의 무대로 만들어놓았다.

이 시기에는 명재상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각자의 외교 전략으로 전국을 흔든다. 소진은 합종을 주장하며 제, 초, 연, 한, 조, 위의 6국을 묶어 진나라에 맞서려 했고, 장의는 진나라를 대신해 연횡 전략으로 6국을 분열시켜 진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장의, 말 한 마디로 천하를 뒤흔들다

장의는 위나라 출신으로, 이회 문하에서 공부한 뛰어난 책사였다. 그는 진 효공에게 발탁되어 진나라의 외교 전략가로 활동하며 연횡책을 전개했다. 그의 말솜씨와 설득력은 대단해서, 각국 군주들은 그의 설득에 넘어가 동맹을 철회하고 진나라 편에 서기도 했다.

장의는 특히 한나라를 진나라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합종세력의 균열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진나라는 각개격파의 유리한 전술을 펼칠 수 있었고, 전국의 전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킬 수 있었다.

장의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는 위나라와의 동맹 체결이다. 그는 위나라에 대해 진이 위를 보호해줄 것처럼 설득했으며, 그 결과 위나라는 진의 편에 서서 조나라를 공격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진나라는 피를 흘리지 않고도 외교만으로 적을 무너뜨리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소진, 육국의 희망을 짊어진 남자

한편 소진은 장의와는 반대편에서 활약한 책사다. 그는 연나라에서 활동하며 제, 초, 한, 조, 위를 모두 묶는 합종동맹을 성사시킨다. 그의 전략은 “진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나라들이 연합하자”는 대의명분이 있었고, 많은 국가들이 이에 동의했다.

소진은 각국을 순회하며 외교적인 설득을 펼쳤고, 그의 명성은 전국에 퍼져 마침내 ‘육국상상(六國相相)’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동맹은 언제나 깨지기 쉬운 법이었다. 이익이 걸린 순간, 육국의 결속은 약해졌고, 결국 합종은 수차례 결성되었다가 와해되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진의 합종 전략은 전국 후반기까지 진나라의 확장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의 외교술은 이후에도 많은 후학들에게 계승되며, 전국시대의 지략의 상징으로 남게 된다.

무장들의 등장: 전국 전쟁의 주역들

이 시기부터는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이 드는 무장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조나라의 이목(李牧), 위나라의 악의(樂毅), 연나라의 진개(秦開), 초나라의 항연(項燕), 진나라의 백기(白起)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군인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는 전략가이자 영웅이었다.

특히 진나라의 백기는 냉혹함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장평대전에서 조나라 군 40만 명을 생매장하며 “인육 백기”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의 전술은 철저히 계산된 학살과 심리전이었고, 그로 인해 진나라는 전국 전쟁에서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다.

장평대전, 전국 전쟁의 분수령

기원전 260년, 진나라와 조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장평대전은 전국시대의 최대 규모 전투이자, 사실상 전국의 판도를 뒤바꾼 전쟁이다. 이 전투는 조나라의 명장 염파와 후에 투입된 조괄, 진나라의 백기 사이에서 벌어졌다.

초기에는 조나라의 염파가 방어를 잘 해냈으나, 조나라 조정이 ‘공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하고 젊은 장수 조괄로 교체한다. 전투 경험이 부족했던 조괄은 진나라의 백기를 상대로 무리하게 공격하다가 포위당하고, 결국 참패한다.

이 전투에서 진나라는 조나라 군 수십만 명을 생매장하며 승리를 거두고, 조나라는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피해를 입는다. 장평대전 이후 진은 전국 통일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연나라의 반격과 조나라의 재기 시도

진나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연나라에서는 다시 한 번 육국 연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나라는 명장 악의를 앞세워 조나라와 동맹을 맺고, 반진(反秦) 전략에 나선다. 악의는 놀라운 군사적 수완으로 일시적으로 진나라를 압박하지만, 내부 정치 싸움으로 인해 그도 좌천되고 만다.

조나라 역시 명장 이목을 중심으로 부흥을 꿈꾼다. 그는 북방의 흉노를 격파하고, 진의 공세를 여러 차례 막아내며 국가의 숨통을 틔운다. 하지만 결국 조정의 질투와 음모로 제거되고, 조나라는 다시 진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간다.

강국과 약국의 간극이 벌어지다

전국시대 중반 이후, 각국의 역량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진나라는 상앙의 개혁이 뿌리를 내린 후, 장의, 백기 등의 인물을 바탕으로 국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반면 초, 조, 위, 연 등은 개혁의 정체와 내부 혼란으로 인해 진나라의 적수가 되기 점점 어려워졌다.

이제 전국은 단순한 군웅할거의 시대가 아닌, 진나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다른 국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합종, 역합종, 외교와 전쟁을 반복하며 저항을 이어간다. 그들의 저항이야말로 전국시대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든 장면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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